유재석을 필두로 벌 만큼 버는 사람들이 만든 '풍향고' 대박의 비결

작성일 2025.01.01 조회수 94

  • 글이 없습니다.
  • 가입코드 : 해당없음

컨텐츠 정보

본문

웹예능의 새 이정표를 쓴 ‘풍향고’는 어떻게 성공한 걸까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유재석의 유튜브 채널 <핑계고>에서 지석진, 양세찬, 황정민과 함께 떠난 여행예능 <풍향고>가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공개 이후 한 달여 만에 4편 합한 조회 수가 2,600만 뷰를 넘어서는 기염을 토하며, 10년 만에 요식 붐을 일으킨 넷플릭스의 <흑백요리사>와 함께 2024년을 대표하는 예능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따라서 <풍향고>의 성공에 관한 이야기는 콘텐츠 비평을 넘어 2024년을 마무리하면서 2025년 예능의 풍향을 알아보는 전망이기도 하다.

웹예능의 새 이정표를 쓴 <풍향고>의 성공 원인으로 흔히들 숏폼의 시대에 꺼내든 롱폼의 승부수를 꼽는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성공한 예능 콘텐츠는 롱폼이 아닌 경우가 드물다. TV 예능인 <서진이네2>를 비롯해 웹예능에서도 큰 성과를 내고 있는 나영석 사단의 콘텐츠들이나 <흑백요리사>, 유재석, 지석진, 양세찬이 오래도록 함께한 <런닝맨>도 대부분 롱폼이다. 유튜브 예능들도 최소 미드폼이고, 웹 기반 실시간 방송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여행예능 측면에서 보면 성공요인은 더욱 애매하다. 여행지부터 지극히 현실적인 여행 옵션인 베트남이다. 일정은 직장인 입장에서도 아쉬운 2박3일이다. 트렌드와 달리 현지 교류나 체험은 없다. 환전과 숙소, 교통편까지 지극히 여행객의 수준에 머문다. 발견할 만한 새로운 얼굴이 있는 것도 아니다. 물론 배우 황정민의 첫 예능이지만, 굳이 예능이 아니더라도 그의 소탈한 캐릭터는 조승우, 지진희와 함께 찍힌 젊은 날의 사진 이미지로 이미 많은 이들에게 익숙하다. 그러니 어떻게 보면 늘 보던 인물들이 늘 하던 콘텐츠다.

이처럼 어찌 보면 별다를 것 없는 단촐한 여행예능인 <풍향고>가 큰 성공을 거둔 핵심은 꾸밈없는 감정 그대로 좋은 사람을 담아냈다는 데 있다. '노 어플 여행'이란 단 하나의 설정이 야기한 불편함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순간순간 나오는 아저씨 기질과 생활력은 새롭고 인상적이다.

첫 에피소드인 환전은 넷의 각기 다른 여행 성향과 성격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황정민의 말을 빌리자면 다들 벌 만큼 버는 사람들이다. 솔직히 큰돈도 아닌데, 왠지 괜한 손해는 보긴 싫은 우리네 마음을 가진 사람과 이를 답답하게 지켜보던 사람이 전이되는 과정의 반복을 사랑스럽게 담아낸다. 업계에서 십 수 년 이상 톱에 있던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소탈한 여행을 하는 것도 뭔가 귀여운데, 순간순간 상황에 따라 본인의 감정에 충실하면서도 기분 좋게 풀어내는 법을 보여준다.

<인사이드2>로 비유되는 자연스러운 감정을 마주하고 웃음으로 승화하는 여유는 우리가 그 어떤 여행예능에서도 보지 못한 볼거리였다. 단체 여행 중 갈등, 컨디션 저하, 감정 기복을 표출하는 모습이나 풀어가는 과정의 유쾌함, 어딜 가든 즐기는 긍정적인 태도는 좋은 사람들이 함께하는 기분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그러자 그토록 오래 봐왔던 이들이 새롭게 다가온다.

이처럼 좋은 사람들을 발견하는 재미는 2025년에도 계속해 이어질 경향이다. 예능은 2000년대 중반 캐릭터쇼를 기반으로 한 리얼버라이어티 시대가 열린 이후 진정성을 좇는 궤도를 한 번도 벗어나지 않았다. 처음엔 방송이 우리 현실과 같은 동일선상에 있는 진짜이길 바랬고, 이후 그들이 진심이길 바랬다. 이제는 나아가 가장 친근하고 가까운 대중문화 콘텐츠인 예능이 내 삶에 영향을 줄 수 있기를 바라는 데까지 왔다.

물리적으로 진짜 이웃은 아니더라도 누군가 좋은 사람들이 내 곁에 있길 바라는 마음은 과몰입의 도파민을 넘어서, 현실의 결핍을 채워주는 일상의 위안, 정서적 안온함이란 효용으로 작동한다. 이것이 오늘날 예능이 추구하고 있는 재미의 정수다. 자신의 삶을 예능 안으로 가져오는 일반인이 늘어난 것도, 자신의 일상을 유튜브를 통해 드러내는 연예인들이 많아진 것도 그 영향이다. 그리고 이 좋은 사람에 대한 관심은 나 자신이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투영한다는 점에서 지속될 수밖에 없는 키워드다.

그래서 연애 예능이든, 서바이벌 예능이든, 관찰 예능에 속하든 '좋은 사람'을 발견하고 소개하는 기조만큼은 계속되고,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 상반기 좋은 성과를 거둔 <서진이네2>, <언니네 산지직송>도, 나다움을 내세운 기안84도, 요리 대결을 통해 '좋은 사람'을 찾아내는 데 성공한 <흑백요리사>도 모두 비슷하다. 웹예능을 벤치마킹한 작은 기획이 더 늘어나고 유리해지고 있는 것도, 스핀오프가 활발한 이유도, 사람의 발견에 초점을 맞추기 훨씬 용이하기 때문이다.

년은 상반기부터 예능 기대작이 즐비하다. GD와 김태호 PD가 만난 음악예능 <굿데이>, 나영석 사단의 <뿅뿅 지구오락실>과 <콩콩밥밥>, 연애예능의 투톱인 <환승연애>와 <솔로지옥>, <흑백요리사>의 스타 에드워드 리의 새 예능 등등이 준비 중이다. 그리고 모두 사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기서 참고할 점이 '발견'이란 포인트다. 나 <핀란드 셋방살이>은 이미 좋은 사람을 상정해놓고 시작한 반면 <풍향고>나 <흑백요리사>는 새로운 사람, 좋은 사람을 발견할 것이란 기대조차 없이 시작한다는 차이다. 2025년 우리는 누구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될까, 누가 과연 새롭게 우리 곁에 다가올 것인가? 올해 예능의 성패 역시 이 소개의 힘, 발견의 재미에 달려 있다.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16,642 / 1 페이지
번호
제목
이름
토이소 최근글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