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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학길(63)에게 '고독한'이라는 표현은 야구할 때만 붙는 표현이다.
윤학길은 1961년생의 우완 투수 출신 야구인으로 현 한국야구위원회(KBO) 재능기부위원이다. 윤학길은 현역 시절 1986년부터 1997년까지 롯데 자이언츠에서만 활약한 레전드다. 이대호와 故 최동원만이 영구 결번인 롯데에서, 팬들에게 추가로 영구 결번을 해야하는 선수로 거론된다.
윤학길은 롯데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에서 12시즌 간 308경기에 나서 무려 1863⅔이닝을 소화하며 117승 94패 10세이브 3.33의 통산 평균 자책점의 기록을 남겼다. 특히 1992년에는 롯데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하기도 했다.
그런 윤학길은 '고독한 황태자' 혹은 '고독한 에이스'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해도 묵묵히 롯데 마운드를 지켜준 그에 대한 애정 어린 별명이다. 물론 긍정적으로 쓰이는 '고독한'이라는 표현이지만, 원래는 쓸쓸함을 내포하고 있는 단어다.
하지만 고독한이라는 단어 본연의 부정적 의미는 윤학길이 마운드를 벗어나면 사라진다. 최근 꽃다발을 선물하러 간 아버지로 변신해 단란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 딸의 은퇴식에서만 봐도 알 수 있다.
윤학길의 딸은 펜싱 스타 윤지수(31)다. 1993년생으로 펜싱 사브르 종목에서 국가대표로 활동했던 펜싱 선수다. 안산시청(2015~2017), 서울시청(2018~2024)을 소속팀으로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개인전에서는 지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 2019 도쿄, 2012 와키야마 아시안 선수권 대회 우승 등의 성과를 냈다. 단체전에서는 2024 파리 올림픽 은메달, 2020 도쿄 올림픽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윤지수는 지난해 전국체전을 끝으로 은퇴를 했다. 그리고 19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은퇴 소식을 전했다. 윤지수는 자신의 SNS에 "승부욕이 누구보다도 강했던 저는 응원을 받는 선수가 아닌 앞으로 대한민국 펜싱을 누구보다도 열렬히 응원하겠다. 다들 축하해주셔서 감사하다"라고 알렸다.

윤지수는 또 "부녀간 은퇴식의 의리를 지킬 수 있게 뜻깊은 자리 마련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라는 말을 했다. 이유가 있었다.
윤지수는 게시물에 글을 쓰며 은퇴식에서 아버지 윤학길과 찍은, 아버지가 자신에게 꽃다발을 안겨주는 사진을 가장 먼저 게시했다. 그리고 게시물의 맨 마지막 사진은 28년전 어린 윤지수가 아버지 윤학길의 은퇴식에서 꽃다발을 전해주는 사진으로 올렸다.
28년 전 아버지에게 꽃다발을 선물한 소녀가 다시 28년 후 아버지에게 꽃다발을 선물 받았던 것이다. 단란한 부녀가 서로의 은퇴에 함께하고, 서로를 진심으로 응원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윤학길을 수식하는 표현 중 하나는 '고독한'이지만, 그에게는 롯데 동료들, 롯데 팬들이 있고 가족들이 있다. 그에게 고독한이라는 수식어는 마운드에서, 또 한정적으로만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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