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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빅리거' 김하성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떠나 2025시즌부터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활동을 이어간다. 하지만 김하성과 탬파베이 레이스의 계약 이면에는 올 시즌 성적에 따라 변화하게 될 숨겨진 이야기들이 많이 있다./샌디에이고=AP.뉴시스
김하성(29)이 새 팀을 찾았다.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서쪽 세인트 피터스버그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탬파베이 레이즈와 계약했다. 계약기간 2년에 총 2900만 달러(약 421억 3400만 원·이하 1월 31일 원달러 환율 1452.30원 기준)를 받기로 했다는 소식을 스포츠전문매체 ESPN이 맨 먼저 알렸다. AP통신을 비롯한 미국내 거의 모든 미디어가 프리에이전트 김하성이 탬파베이에서 2025시즌을 시작한다고 속속 전했다.
구체적인 계약내용도 '비공식'을 전제로 드러나고 있다. 2025년 연봉은 1300만달러(약 188억8천770만원), 2026년 연봉은 1600만달러(약 232억4천480만원)라고 한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작년 연봉 800만달러(약 116억원)를 포함해 4년간 벌었던 총 2300만 달러(약 333억 7760만원) 보다 많다.
2025시즌에 325타석 이상 나서면 최대 200만달러(약 29억원)에 달하는 보너스도 챙길 수 있다. 326타석째부터 한 타석당 1만 달러(약 1452만원)씩 인센티브가 주어진다고 AP가 전했다. 규정타석을 계산할 때 게임당 3.1타석을 기준으로 하니 대략 105게임을 소화하면 그 다음부터는 타석에 설 때마다 돈을 밟게 되는 것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김하성은 작년 8월 경기 도중 1루에서 투수 견제구를 피해 다이빙하듯 베이스로 슬라이딩하다가 던지는 쪽인 오른팔 어깨를 다쳤다. 관절을 덮고 있는 근육막(와순)이 손상돼 10월에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이다. 스포츠의학 전문의들에 따르면 송구력을 결정짓는 어깨근력이 다치기 전 수준으로 회복되려면 적어도 6개월 이상 재활과정을 거쳐야 한다. 결국 올시즌을 준비하는 스프링캠프에는 참가하더라도 시범경기가 있는 3월과 정규시즌 첫달인 4월은 뛰지 못한다. 빨라야 5월부터 그라운드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소 30경기, 많게는 50경기는 건너 뛰는 셈이다. 162게임 가운데 타석에 나설 수 있는 경기수가 112~132게임 정도다. 예상 타석수는 347~409타석이다. 인센티브는 22만달러(약 3억 1950만원)에서 많아야 84만달러(약 12억1993만원)정도 될 것이다.
눈길을 끄는 건 2025시즌을 마친 뒤 다시 프리에이전트(FA)가 될 수 있는 이른바 '옵트아웃(Opt-Out)'이다. 김하성이 계약 마지막 해인 2026시즌에 약정된 연봉 1600만달러를 포기하거나 탬파베이 구단이 계약해지를 원해 '바이아웃'하면 다른 팀과 계약할 수 있다. 김하성의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가 즐겨 쓰는 계약방식이다. 장기계약을 원하는 A급 선수가 프리에이전트 시장에서 마땅한 팀을 찾지 못할 때 활용해왔다.
2018년과 2023년 사이영상을 받은 특급투수 블레이크 스넬이 그랬다. 보라스의 고객인 스넬은 2023시즌을 마치고 샌디에이고에서 프리 선언을 했다. 2024시즌을 앞두고 개막 직전에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2년짜리 단기계약을 한 뒤 1년 만에 ‘옵트아웃’으로 다시 프리에이전트 시장에 나왔다. LA다저스가 계약기간 5년에 1억 8200만 달러에 달하는 '대박 계약'을 스넬에게 안겨줬다.
이 옵트 아웃 조항이 있는 계약은 김하성의 탬파베이 입단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한마디로 탬파베이는 올해 한시즌 정도 거쳐가는 팀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김하성으로서나 탬파베이 구단으로서나 양쪽이 다 일종의 보험으로 옵트아웃을 내걸었다고 봐야한다.
김하성은 메이저리그를 다루는 전문매체에서 하나같이 '평균 이상의 공격력을 가진 엘리트수준의 내야수'로 평가한다. 4년간 샌디에이고에서 유격수,2루,3루를 골고루 맡으며 2023시즌을 마친 뒤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를 받을 만큼 최상급 수비를 보여줬다. 4년 통산 타율은 0.244이지만 2022~2024 연속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하며 장타율 0.370으로 내야 주전급 평균을 웃돌았다.0.326의 출루율에 성공률 82%를 바탕 삼아 쌓은 78개의 도루도 팀 득점력에 기여하는 바가 컸다.
김하성이 프리에이전트 시장에서 16위에 랭크된 배경이고 최근 빅리그의 계약추세에 비춰 연봉 2000만 달러는 충분히 받을 수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오는 10월이 돼야 서른 살이 되는 만큼 적어도 4~6년짜리 중장기 계약도 무난하리라는 예상은 김하성과 에이전트 보라스에게 확신으로 자리잡았을 것이다. 샌디에이고 구단이 2025시즌 연봉 1000만 달러를 제시했지만 주저없이 바이아웃 조건인 200만 달러를 전별금처럼 집어들고 프리에이전트 선언을 한 까닭이다.
계약기간 5~6년에 연봉총액 1억 달러(약 1452억 3000만 원)는 넘는 제안을 기다렸던 김하성에게 접근한 구단은 1월 28일까지만해도 없었다. 자유계약 시장에서 이대로 '미아'가 될지 모른다는 걱정이 고개를 들 무렵 탬파베이가 계약서를 내민 것이다. 빅리그 30개팀 가운데 선수연봉 총액에서 28위일 정도로 재정이 약한 탬파베이가 김하성을 팀내 최고연봉선수로 만들어주면서 영입한 배경을 들여다보면 흥미롭다.
1998년 창단해 뒤늦게 메이저리그에 합류한 탬파베이는 1999년 당시 슈퍼스타급 외야수였던 그렉 본에게 준 4년 기간에 3400만 달러 이후 김하성에게 내건 2900만 달러가 최고액 투자다. 탬파베이의 2025년 예상 선발주전 9명 가운데 무려 6명이 메이저리그 최저연봉 76만 달러(약 11억283만원)선을 받고 있는 걸 보면 구단 사정이 어떤지 알 만하다.
포수-키스톤(2루와 유격수)-중견수로 이어지는 중앙수비라인이 허술해 전력보강차원에서 김하성을 영입했다는 분석이 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보스톤 레드삭스를 거친 7년차 포수 대니 젠슨을 연봉 800만 달러에 계약하고 김하성을 간판 2루수 브랜든 로위 옆에 세워 미들라인을 탄탄하게 구축했다는 얘기다.
성적 향상을 위해 전력강화 차원에서 투자한 거야 당연하지만 탬파베이 구단의 재정상황은 올해 최악이 예상되는 판이다. 작년 10월 허리케인으로 홈구장인 트로피카나필드가 망가져 올시즌에는 뉴욕 양키스의 싱글 A팀이 사용하는 조지 스타인브레너 필드를 임시로 이용해야 한다. 안그래도 평균관중 1만 6000여 명 정도로 흥행력이 꼴찌에서 두 번째로 부실한 탬파베이가 관중석이 매진돼도 1만 1000명밖에 수용하지 못하는 임시구장으로 옮기면 구단 수입은 보나마나다.
홈 81경기를 모두 만석으로 채워도 작년 시즌 평균 관중수에서 5000명이 줄어든다. 야구장을 찾은 관객 1인당 소비력을 측정하는 팬 코스트 인덱스(Fan Cost Index·FCI)에 따르면 작년 탬파베이 홈경기를 찾은 관객 1인당 평균 53.75달러(약 7만 8000원)를 썼다. 여기에 관중 감소분 5000명을 곱하면 게임당 26만8750달러 (약 3억 9000만원)씩 관중수입이 줄어든다. 2025시즌 81게임에서 총 2176만 8750달러(약 315억 9천만 원)의 수입감소가 이미 확정돼 있는 셈이다.
모든 홈경기에서 매진사례 간판을 걸어도 선수단 총연봉 예상액 9000만 달러(약 1306억 원)의 30%가 넘는 금액이 사라져버렸다. 그런 사정 속에서 김하성에게 1300만 달러의 고액연봉을 주기로 했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김하성은 어깨가 정상회복돼야 뛸 수 있다. 5월이면 그라운드에 돌아온다고 하지만 작년 10월 샌디에이고 구단사장은 현지 미디어에 김하성의 복귀 시점관 관련해 "5월이 될지, 6월이나 7월이 될지…"라고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한 시즌을 처음부터 끝까지 뛰어도 모자랄 판에 복귀시점이 불투명한 선수에게 금고가 바닥 나 있는 구단이 창단 후 27년 사상 5번째로 큰 규모의 계약을 안겼다는 지점에서 은근히 미스터리로 장르가 옮겨가는 느낌이다.
김하성의 탬파베이 계약 직후 뉴스위크에 눈길을 끄는 기사가 나왔다. 뉴욕 양키스가 김하성을 놓쳐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 경쟁하는 탬파베이에 엘리트 내야수를 거저 줬다는 것이다. 양키스에서 7년간 주전 2루수로 뛴 글레이버 토레스가 지난 12월 말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계약했으니 내야 포지션을 김하성으로 채워야했다는 지적이다.
김하성을 탐냈던 팀은 적지 않았다. 시애틀 마리너스, LA에인절스 등이 대표적이고, LA다저스도 외야수비를 선호하는 무키 베츠가 유격수로 옮기는 걸 주저하면 여전히 김하성에 눈독을 들일 수 있다.
4년 통산 대체선수 대비 승리유인지수(WAR)가 15.3으로 올스타급인 김하성만한 내야수가 드물다는 점에서 수요가 살아 있다. 탬파베이가 올시즌 도중에라도 김하성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어쨌든 자유계약 시장에서 '길을 잃을 뻔한 ' 처지는 면했으니 김하성으로서는 어깨 회복에 보다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이러니 저러니해도 그의 어깨야말로 모든 일을 가능하게 할 수도, 망가뜨릴 수도 있는 핵심 포인트라는 사실은 두 말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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